9/22 추석연휴 마무리, 스테빌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변덕스러운 날씨로 고생하신 분들도 있으실듯 하네요.


중국직원들이 추석하루만 쉬고 열심히 검수하고, 조립하고, 포장해서 한국으로 보내긴했는데, eo87은 수량이 빠듯한 색상도 있을듯 합니다.


1주일 휴무중 처음 이틀은 uv본딩하느라 바빴지만, 공식추석연휴 동안에는 잘쉬고, 마지막날은 업무복귀 준비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추석전 스테빌의 양산전 마지막 샘플이 도착하여 연휴동안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제 양산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신 분들이라면 거슬리는 철심소리를 줄이기위하여 고생을 많이 하셨을듯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구리스를 사용하여 철심이 용두에 닿는 잡음을 줄입니다.

철심을 두껍게하여 용두와의 유격을 줄이기 위해 철심두께를 늘리거나, 테이핑을 하는등의 방법도 공방에서 많이 쓰는듯 합니다.

철심의 흔들림을 잡기위해 철심밑에 쿠션을 넣어서 들어올리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오랜동안 키보드를 하셨던 분들은 요즘 사용되는 방법들이 옛날부터 써오던 고전적인 방법인걸 아실듯 합니다. 지금처럼 좋은 환경이 아닌 결핍된 환경속에서 별별 다양한 뻘짓들이 많았었습니다.


저또한 처음 조립할때부터 철심잡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스테빌을 자르고, 갈아서 내부구조를 파악하고, 잡음의 원인을 찾아서 없애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당시 이렇게 하면 다 해결이 되겠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긴 했지만, 여건상 구현이 어려워 다른 해결방법을 찾다가, 결국은 시간도 덜들고 간단한 구리스를 사용하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돌고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0년전 처음 생각했던 방식이 가장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란 확신을 가지고 1년넘게 수정하여 마침내 제품화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1년여간 연구를하며, 이전에 몰랐던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또한 수정을 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먼저, 오해가 없도록 제작의도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공방하는 동생이 얼마전에 의뢰자에게 스테빌을 어떻게 잡느냐고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답하기가 난감했다고 합니다. 그냥 구리스로 철심소리를 잡는거라 설명을 하니 뭔가 특별한 작업을 기대했는데 그렇지않아서 실망을 한듯 합니다.

요즘은 스테빌에 작업을 별도로해야 실력이 좋은 공방으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인듯 합니다.


스테빌 얘기를 하다보니 며칠전 썼던 게스킷 마운트와 비슷한 얘기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결과가 다르게 나온듯 합니다.


설명을 위해 철심소음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정확한 목표는 철심소리보다는 그 윗단계에 있습니다.


스테빌라이저의 역할은 길이가 긴 키캡을 타건할때 수평을 유지시켜주며 키캡의 어느부분을 누르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직왕복운동을 할수 있게하는 도구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체리에서 만든 스테빌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힘을 받아도 내구성을 유지해야하므로 철심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키보드를 오래전에 시작하여 요즘 키보드를 접하신 분들과는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을수 있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를 먼저해야 겠습니다.


제가 키보드에 초보일때 지인들과 이야기를 했던 부분입니다.

어떻게 튜닝이 된 스테빌이 가장 좋은 것이냐는 질문에대해, 모두가 동의한 답변은 '스테빌이 없는듯 느껴지는게 가장 좋은 것이다' 였습니다.

키캡은 스텝스컬쳐가 다르고 길이도 다르기때문에 당연히 키캡마다 동일한 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건 어쩔수 없는 문제이고, 스테빌로 인하여 발생하는 키감의 차이를 얼마나 줄여 이질감이 없도록 만드느냐가 관건이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강하개 가지셨던 분중엔 아예 스테빌의 철심을 빼고 사용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스테빌이 없는것 처럼 느껴져야 하는데 그당시 유행하던 바닥테이핑은 먹먹한 느낌을 주었기때문에 이후엔 사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커스텀영역이니 이런 먹먹함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여전히 사용되는듯 합니다.)

그당시에 기본 튜닝은 발톱제거 였습니다. 

pcb바닥과 용두가 닿으며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하여 끝에 점접촉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잘라내어 먹먹함을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키캡이나 철심의 수평이 완벽하다면 먹먹함이 줄어야 했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용두의 바닥이 pcb와 닿으면 더 큰 소리를 내서 또다시 테이핑으로 유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여튼 위의 예는 10년전부터 쓰이던 고전적인 방법에 대한 회상이었고, 스테빌이 없는것처럼 튜닝을 하기위한 유저들의 접근법이 나름 좋았던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요즘 튜닝법들은 철심소리를 줄이긴 했지만, 너무 먹먹하여 게스킷마운트를 생각나게 합니다. 


철컹철컹이 좋아서 순정 그대로 쓰시는 분도 계시고, 먹먹함이 좋아서 테이핑이나 구리스듬뿍을 쓰시는 분도 계십니다.


자신의 취향대로 사용을 하고, 남에게 취향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단지 스테빌이 없는것처럼 느껴지는 스테빌을 목표로 하였단걸 설명드리고 싶었습니다.


스테빌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다른 튜닝없이 순정 그대로 사용할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하였기에 다른 튜닝을 하면 안좋아 질수도 있습니다.

(스프링 윤활 케이스에 하나씩 스프링을 소분해 드렸더니, 봉지에 넣고 윤활한 후에 다시 구멍에 넣느라 고생하셨다는 분이 생각나네요. ㅜㅜ)


아직 출시가 안된 제품이라서 질문도 많을듯 합니다.

먼저 철심은 공장에서 사람들이 하나씩 손으로 수평을 잡아서 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냥 써도 될만할 정도입니다.

철심끝의 날카로운 부분을 갈아내는 버핑작업도 되었습니다.

막이 있는 용두인지에 대한 질문도 받은적이 있는데, 막의 유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구조이고, 예전에는 막때문에 생기는 좌우 편차를 줄이기 위하여 막을 칼로 긁어내고 튜닝을 시작할 정도로 막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철심을 잡아주는 부분은 유격이 거의 없게 하여 따로 철심을 들어올리거나 하는 다른 튜닝이 필요없게 하였습니다. (이부분의 조절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바닥면도 pcb와 밀착이 되어 흔들림이 없도록 제작이 되어, 다른 테이핑등의 바닥관련 튜닝을 하면 잡음이 증가할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출시된 스테빌 고정용꼬다리(웻지)가 동봉되어 스테빌의 빠짐을 방지하기위해 사용을 해주셔야 합니다.


10년을 뇌더링했고, 1년넘게 금형을 0.01mm씩 수정하며 열심히 만들긴 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어떨런지 조금 걱정은 되네요.

테스트를 해주신 지인분들은 모두 만족하셨습니다.

키보드계의 남은 마지막 염원인 스테빌이 이걸로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야 키보드에 대한 애정과 확신으로 1년넘게 버텼지만, 그걸 묵묵히 받아주며 계속 금형 수정을 해주신 금형공장 사장님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이제 양산을 하여 파츠별로 한국에 가져오면, 조립과 포장을 해야합니다.

초기엔 항상 직접 작업을 해봐야 문제점도 빨리 발견하고, 나중에 작업자에게 작업지시도 정확하게 할수 있기때문에 최초양산품은 모두 제손을 거쳐 조립과 포장이 되었었습니다.


매장에 오시면 시제품도 타건해보실수 있고, 나중에는 노가다하는 모습도 종종 보실듯 합니다. 괜히 잡혀서 같이 노가다하실수도 있으니 눈을 마주치진 마세요. 


후딱 생산해서 빨리 유저들에게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